포스트모더니즘적 자아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
현대인은 전자매체의 발달과 사회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자신들의 자아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케네스 거겐은 그의 저서 <흡수된 자아: 현대 생활과 정체성의 딜레마>에서 앞에서 말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근대에 주를 이루었던 두 자아관인 인간적 깊이를 요구하는 낭만주의적 자아관과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 근대적 자아관 모두가 현대에 이르러 모두 사라져가고 있다.
이는 사회의 흡수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야기된 정보의 혁명으로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정보들이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현대인들은 이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택할 자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쇼핑을 하려고 할 때, 미디어 상의 수많은 정보들을 흡수시키고 그 흡수된 정보들 중 몇몇 개의 정보를 바탕으로 물건을 구매하려고 한다.
너무나도 다양한 정보들로 인해 우리는 도대체 무슨 말을 믿어야 하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즉,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이 아닌, 전자매체에 떠도는 타인의 가치관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게 되는 결과를 낳고 각자의 자아관에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태는 윤리적 상황에까지 영향을 가진다. 전통사회에서는 그저 충효, 안빈낙도, 어른공경, 형제우애, 시부모 공경, 적선(積善)하면 복을 받는다 등 대부분의 가치관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서양의 합리주의와 개인주의 사상이 문명의 우수성을 내세움으로써, 많은 부분에서 전통적인 가치관들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개의 가치관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이러한 근대적 가치관마저 위협받고 있다. 합리성이니 금욕이니 하는 것들도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그대신 즉흥적, 가시적인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이렇게 살아라.’ 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이로 인해 우리는 도대체 어떤 것이 진정 우리가 생각하는 윤리적 행위인지 혼란을 갖게 되고, 이는 더 나아가 자아관의 혼란 그리고 상실을 초래하게 된다. 이렇게 수많은 정보들을 흡수함에 따라 현대인들은 자기만의 뚜렷한 가치관이 사라지고 거겐이 말하는 사회에 흡수되어 버린 무자아의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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