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生活體:사람이나 동물 등)가 경험한 것이 어떤 형태로 간직되었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인(再認) ·재구성되어 나타나는 현상.
신체적 습관 ·컴퓨터 등 기계적 기억도 넓은 의미에서의 기억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기억과정에는 다음의 4가지 단계를 나누어 볼 수 있다.
기명은 현재 체험하고 있는 전부의 것이 남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만이 기억되는 것을 가리킨다. 기명(記銘)에는 또한 의지를 움직여서 하는 능동적 기명과 별로 기명할 의도 없이 자연히 이루어지는 수동적 기명이 있다. 전자(前者)는 영어단어나 수학공식을 열심히 암기하려고 하는 경우이고, 후자(後者)는 굳이 외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모르는 사이에 텔레비전의 CM송을 흥얼거리게 되는 경우이다.
기명방법에는 기명에 쏟는 에너지 배분에 따라, ① 분산법(分散法)과 집중법(集中法), ② 전체법(全體法)과 부분법(部分法)이 있다. ①은 시간 또는 횟수의 배분방법에 관한 것으로, 일정한 횟수를 반복 기명함에 있어 적당히 휴식을 취하면서 기명하는가, 아니면 쉬지 않고 한꺼번에 집중하는가 하는 것이다. 실험결과 분산법이 확실히 유리하다. 다음 ②는 기명해야 할 재료를 분할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기명하는가, 아니면 몇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부분별로 기명한 다음 그것을 합치는 것이 능률적인가 하는 점이다. 실험 결과는 재료의 성질에 따라 다르다. 즉, 전체로서 의미 연관이 있는 재료의 경우는 전체법이 유리하고, 길고 무의미한 철자와 같은 경우는 적당한 길이로 나누어 외는 부분법이 오히려 유리하다.
보유는 기명된 것이 필요할 때까지 또는 어떤 기회에 의식의 표면에 떠오를 때까지 축적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물론, 기명되지 않으면 보유는 있을 수 없으나, 기명되었다고 하여 반드시 보유된다고는 할 수 없다. 가령, 교통사고로 머리를 강타당했을 경우, 역행성 건망(逆行性健忘)이라고 하여 사고 시점(時點) 이전의 기억을 상실한다. 일반적으로 타격이 심할수록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상실이 생긴다. 이것은 보유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보유가 어떤 형태로 행해지는지에 관해서는 생리학적 ·심리학적 측면에서 가설이 제기된다. 이를테면, 생리학에서는 감각 경험이 신경 전도(傳導)에 의해 대뇌중추에 이온의 변화를 일으키고, 그 이온 변화의 잔적(殘跡)이 대뇌피질(大腦皮質)의 층(層) 속에 이력효과(履歷效果)로서 쌓인다고 하나 실험적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심리학에서는 기명과 재생 또는 재인(再認)을 비교하여 흔적의 성질에 관해 다음과 같은 경향을 지적한다.
① 강조화(强調化):기명될 때 강한 인상을 받은 성질이 보유되는 동안 점점 강해지는 경향
② 평판화(平板化):강조화와는 반대로 별로 인상적이 아니었던 부분이 점점 개성을 상실하여 아주 평범한 것이 되고 말거나, 탈락하여 버리는 경향
③ 단순화(單純化):복잡하고 세밀한 부분이 모두 정리되어 하나의 줄거리로 단순화되는 경향.
④ 표준화(標準化):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일상적 지식에 동화되는 경향 등이다.
이상과 같은 흔적의 특성은 많은 사람들을 매개로 이야기가 전달될 경우에 한층 더 강조되어 나타난다. 풍문이나 헛소문의 전파(傳播) 내용도 기억의 보유 속에서 이루어지는 변용의 확대 누적(累積) 생산이라 한다. 그러나 기억내용의 변화가 모두 흔적의 변용에 기인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기억내용은 기명될 때 우선 선택이나 변화를 받을 것이고, 재생될 때는 표현 기능의 매개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재생은 보유된 과거의 경험이 어떤 기회에 생각나는 것을 가리킨다. 기명에 능동적 기명과 수동적 기명이 있듯이 재생도 적극적으로 생각해내려고 해서 재생되는 경우와, 별로 적극적인 의도 없이 갑자기 재생되는 경우, 또는 연상(聯想)의 경우처럼 그것 자체를 생각해내려고 해서가 아니라 다른 상기(想起)가 계기가 되어 나타나는 수도 있다. 기명이나 보유가 확실히 행해졌다고 하여 재생이 완전히 행해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재생이 언어나 그림 ·부호나 음률로 표현될 때는 표현기능의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도 그것을 언어나 그림으로 나타내려고 하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또 재생에 2가지 제약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다른 기억흔적과의 상호간섭이다. 일반적으로 서로 유사한 기억의 재료는 기명과 보유가 되었어도 재생 단계가 되면 서로 금지되어 재생이 어렵게 되고, 금지의 힘은 유사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이런 경향은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재료 간에도 보인다. 시간적으로 뒤의 것이 앞의 것을 금지하는 것을 역행금지라 하며, 앞의 것이 뒤의 것을 금지하는 것을 순행금지라 하는데, 역행금지가 더 강하다. 또한, 재생에 영향을 미치는 제2의 힘으로서 억압이 있다. 이것은 정신분석학파에서 주장하는 이론이며, 자기 체제의 유지통합에 방해가 되는 과거의 경험은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는 것을 억압하려는 힘이 작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재생은 욕구나 편견 또는 합리화의 스크린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기대나 불안, 사회적 기준이나 편견 방향에 따라 변용되고, 자신에게 납득할 수 있는 조건 아래서만 표현되기 쉽다.
재인은 과거의 경험을 그것이 틀림없이 자기가 경험한 것임을 인지(認知)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재생을 행하면 재인하는 결과가 된다. 대개 표현 기능을 매개로 하지 않으므로 재생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또, 보유가 그다지 확실하지 않아도 부분적으로 보유가 잘 되어 있는 조회(照會)가 성립하여 확실한 재인을 할 수 있거나, 반대로 세부적으로는 대부분 탈락되어 있어도 전체적 윤곽이 보유되어 흔적과의 조회가 성립되면 역시 확실한 재인을 할 수 있다. ‘의기억(擬記憶)’이라든지 ‘의재인(擬再認)’이라 하는 것들의 체험은 이러한 사실로써 설명된다. 이를테면, 한번도 와 보지 않은 고장이 이상하게도 일찍이 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재인감정(再認感情)을 일으키는 경우 등이다.
3.1 기억의 종류 ; 재료를 그대로 기명하는 기계적 기억과 재료의 의미나 절차를 계기로 하는 논리적 기억이 있어, 전자(前者)는 초등학교 고학년(高學年) 무렵을 경계로 하여 후자로 바뀐다.
또한, 기명의 계기를 시각(視覺)에서 구하는 시각형, 청각에서 구하는 청각형, 운동상(運動像)에서 구하는 운동형이 있다. 일반적으로 연소층과 여자는 청각 우위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3.2 기억의 실험법 ; 기억실험법은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기억범위법(記憶範圍法):한번 보거나 듣고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기명할 수 있는지를 검사한다. 이를테면, 7자리 수의 숫자를 60% 정해(正解)할 수 있는 것은 12세이다. ② 적중재생법(適中再生法):대정시(對呈示)한 것의 한쪽을 자극국으로서 내놓고 다른 쪽을 재생시킨다. 이 경우 반응어(反應語)를 자극으로 하여 재생을 구하면 현저하게 어려워진다.
③ 재인법(再認法):기억재료 이외의 것에서 선별하게 한다. ④ 재구성법(再構成法):일정한 배열을 기명하게 하고 나중에 그대로 다시 짜게 한다. ⑤ 재학습법(再學習法):일정한 기준까지를 기명하게 하고, 시간경과 후 다시 기명하게 한 다음, 원래의 수준에 이를 때까지 필요로 한 기명 횟수와의 차이를 가지고 보유량을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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